김상은 (전)군동면 부면장
김상은 (전)군동면 부면장

도로명 주소는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체계로, 예전의 지번 주소를 대신해 사용되고 있다. 강진군은 2008년 「강진군 주소정보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4년부터 전면 시행하여 현재는 법적 주소로 완전히 정착되었다.

예전의 지번 주소는 불편이 많았다. 문패는 있어도 지번이 표시되지 않아 집을 찾으려면 이웃에게 물어야 했고, 내비게이션도 보급되지 않아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도로명 주소는 건물 외벽에 번호가 부착되어 길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만 주소만으로는 이웃 관계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점도 있다. 예를 들어 ‘까치내로 71’과 ‘문화마을길 6’은 바로 옆집이지만, 주소상으로는 연상이 어렵다.

아쉬운 점은 도로명에 한자 표기가 없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도로명이 담은 유래와 의미가 잊히기 쉽다. 우리말의 많은 부분은 한자어에서 비롯된 만큼, 한자 표기를 병기하면 길 이름의 역사와 뜻을 후대에 정확히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군동면 ‘호라길’은 호계리의 虎와 라천리의 羅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한자가 없다면 그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 군 차원에서 도로명 한자를 정리해 두면, 이는 미래 세대에 귀중한 문화 자산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길 이름의 개정이다. 다산청렴연수원에서 향교 앞으로 이어지는 길은 현재 ‘청렴길’로 되어 있으나, 종종 ‘청년길’로 잘못 불리기도 한다. ‘다산청렴길’로 바꾼다면 다산 선생의 정신과 청렴의 가치를 더욱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강진읍 목리의 ‘이학래길’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제자 이학래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목리 출신의 이학래가 살았던 것은 맞지만, 다산의 제자 이학래의 본명은 이청이며 동시대 인물이 아님이 밝혀졌다.

도로명 주소는 단순한 길 찾기 수단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우리 군에서도 한자 표기와 의미 있는 명칭 부여를 통해 강진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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